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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나약하게도 이번 주중 새로운 사람에게 이별을 고한 바 있다. 일단, 자신이 없었다. 내가 우울증인 것도, 그로 인한 내 경제적 상황도. 그냥 갑자기 모든 게 두려워진 순간이 있었다. 다 부질없어 보였다. 나는 연애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핑계로 모든 걸 그만두자고 했다. 그렇게 모든 게 끝이 났었다.

 그런데, 막상 귀찮고 의무 같던 연락이 없으니 허전한 감정이 생겼다. 매일 오던 안부 연락이 없으니 텅 비어버린 기분. 다시는 연애란 걸 못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비참한 기분이 몰려왔었다. 나라는 사람은 연애할 자격도 없는 걸까?

 난 그동안의 일적인 권태를 끝내기 위해 모처럼의 휴식을 택했다. 휴식이 끝나갈 무렵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자 다시금 이상한 불안에 휩싸였다. 이제는 정말 영영 이별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또 몇 년이고 후회를 거듭하겠지. 같은 실수는 번복하고 싶지는 않았다.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, 갑자기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. 몇 번의 신호가 안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. 며칠 전과는 달리 꽤 냉랭한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. 그 반응이 다소 당황스러워 금방 끊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. 내가 연락한 건 실수가 아닐까?

내가 싫어?

질문에 돌아오는 답은

아니, 싫으면 내가 왜 전화를 받았겠어.

 

이 사람은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포용해줄 수 있는 걸까? 또 한 번의 연락으로 만들어낸 두 번째 만남. 만나기까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. 막상 앞에서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도 못 하는 자존심 강한 내게 그는 한 수 접어 은근슬쩍 넘어가 주었다. 내 손을 무슨 귀한 것 만지듯 어루만지는 그의 행동에서 나는 사랑을 느낀다. 집을 향해 돌아서자마자 다시 반기는 현실이 꿈을 깨듯 정신이 들게 하지만 단꿈을 잇는 노력이라 해도 오늘은 마냥 이 행복을 느끼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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